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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하루 두 번 율동과 박장대소…

2011-06-09

하루 두 번 율동과 박장대소…"웃음이 바이오 산업 키운다"


서린 바이오 사이언스 황을문 대표




황을문 서린바이오사이언스 대표(가운데)와 코넬대 의대 박사 출신의 안종철 연구소장(왼쪽)이 '세포역분화를 위한 바이러스 혼합액'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 김낙훈 기자




매일 아침 8시30분.서울 성내동에 있는 서린바이오사이언스(대표 황을문.59)의 사내 스피커에선 흥겨운 노래가 흘러나온다. "에헤라 친구야.내 꿈은 하늘이라~~."노래에 맞춰 전 직원이 율동을 한 뒤 박수치며 3분간 박장대소한다. 이 회사에선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오락프로그램 제작업체라고 생각하면 오해다. 시약과 기기 분석장비 등 바이오 연구 및 생산에 필요한 제품을 공급하는 바이오인프라 업체다. 그런데 왜 웃음소리가 밖에까지 흘러나오는 것일까.

서린바이오사이언스는 몇 가지 점에서 독특하다. 사원을 뽑을 때 전문성이나 능력 이전에 얼굴 표정을 먼저 본다. 면접 담당자는 응시자에게 한번 웃어보라고 시킨다. 호쾌하게 웃는 사람은 합격 가능성이 높다. 잘 웃지 않거나 억지로 웃는 사람은 입사가 어렵다. 표정이 어두운 사람은 스펙이 좋아도 거의 탈락이다. 왜 그럴까.

여기엔 창업자인 황을문 대표의 철학이 담겨 있다. 그는 "얼굴 표정엔 그 사람의 모든 것이 녹아 있다"고 믿는다. 그는 "바이오기업은 '기술력'과 '성장성'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를 시장에서 꽃피우기 위한 회사의 문화와 시스템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기업은 제품을 팔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영업'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표정이 어두운 영업사원을 누가 반길 것이며 그 사람이 소개하는 제품을 누가 사겠는가"라고 반문한다.

이 회사 임직원은 하루에 두 번은 반드시 웃어야 한다. 하루가 시작되는 매일 아침 8시30분과 온몸이 나른해지는 오후 4시30분에는 율동과 웃음의 향연을 연다. '행복하기 때문에 웃는 게 아니라 웃으면 행복해진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래야 업무 성과도 높아진다고 생각한다. 저명한 웃음강사 2명을 웃음고문으로 두고 수시로 강연을 듣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기술은 물론 중요하지만 시장성 없는 기술은 아무 소용없다"는 게 황 대표의 생각이다. 팔리지 않는 제품도 쓸모없기는 마찬가지다. 제품을 잘 팔기 위해선 영업사원의 표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그는 믿는다.

월요일 아침마다 '우리의 사명'을 복창한다. "할 일을 한다. 할 일을 제대로 한다. 제대로 한 일을 더 잘한다. 불필요한 일을 하지 않는다…" 등이다. 회사가 나아가야 할 비전을 공감하고 소통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손님이 오면 담당이 아니어도 먼저 큰소리로 인사한다. 손님이 회사를 떠날 때도 마찬가지다. 사무실에 활기가 넘친다.

황 대표가 1984년 창업한 서린바이오사이언스는 '바이오 인프라'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바이오 연구를 위한 시약 기기 소모품 진단장비 분석장비 등이다. 수입해 파는 것도 있고 자체 개발해 공급하는 것도 있다. 27년 역사를 지닌 이 회사는 최근 5년 동안 매출이 매년 10~15%씩 늘어 작년엔 304억원에 달했다. 그동안 등록한 특허만도 12건에 이른다. 그 중에는 '유전적 비만과 관련된 DNA표지인자' 등이 들어 있다. 일부 특허는 미국에 등록했다.



서린생명과학연구소라는 부설연구소를 두고 있지만 종업원이 90명에 불과한 중소기업이 여러 가지 바이오 관련 신제품을 개발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채택한 전략이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한 '연결 · 개발(connect & development) 전략'이다. 기술력과 연구성과를 가진 벤처기업 및 대학실험실과 자금 · 마케팅력을 갖고 있는 서린바이오가 제휴를 맺고 협력을 통해 새로운 제품과 시장을 창출해가는 전략이다.

예컨대 질병진단(TB,HBV)은 서울대,바이오멤스(BIOMEMS · 생물학적 시스템에 극미세 전자기계시스템 기술을 결합한 새로운 기술 분야)는 고려대,줄기세포는 건국대,바이오IT(정보기술)는 충북대,유용미생물은 전남대,천연기능물질은 전북대와 공동연구를 하거나 기술자문을 받아 개발하고 있다.

대학뿐 아니라 기업과도 제휴를 맺는다. 바이오장비의 연구 · 개발(R&D) 제조능력을 갖고 있는 마이크로디지탈과 지분 투자를 통한 전략적 제휴를 맺어 유전자 발현 발광측정기인 '루비(LuBi)'와 검체저장시스템인 'SBS(sample banking system)'를 공동 개발했으며 후속 제품도 내놓을 예정이다.

황 대표는 "부산대 창업벤처로서 보안솔루션 전문기업인 진인이 생산한 연구데이터 실시간 백업시스템인 '백업록(backup lock)'을 국내 실험실과 기업연구소에 독점 공급할 수 있도록 계약한 것도 이 전략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시스템은 별도의 관리자 없이 연구데이터를 실시간 백업하고 관리할 수 있어 자료 보관과 관리 복원이 편리하다"며 "국내 10만여개 실험실과 2만여개의 기업연구소가 잠재적인 수요처"라고 덧붙였다.

바이오 시약 및 장비 개발회사인 HS바이오시스템즈와는 연구개발 협력,RFID 관련 기술을 보유한 유비케이션과는 바이오제품의 RFID(IC칩을 내장해 무선으로 관련 정보를 관리하는 차세대 인식기술) 태그 관련 제품과 운영체제를 함께 개발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올 들어 두 가지 변화를 맞고 있다. 첫째,연구소 기능 강화다. 이를 위해 연초에 미국 코넬대 의대 출신의 안종철 박사(55)를 연구소장으로 영입했다. 안 박사는 서울대 화공과,KAIST 생명공학과를 거쳐 코넬대 의대에서 분자생물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미국 록펠러대 신호전달연구실과 코넬대 의대 혈액종양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안 박사는 연구소장과 신사업추진단장을 겸하며 서린바이오사이언스의 신성장 동력을 찾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황 대표는 "안 박사는 공학과 바이오 분야에 대한 기술과 전문성을 두루 갖추고 있고 국내외 바이오기술분야에서 폭넓은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둘째,판교 테크노밸리 내 신사옥 입주를 계기로 국내 바이오 대표주자들과 네트워크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올해 7월 입주 예정인 신사옥은 판교신도시 내 한국바이오파크에 있으며 이곳엔 제넥신 크리스탈지노믹


스 등 21개사와 한국바이오협회가 입주할 예정이다. 황 대표는 "이들 기업은 우리의 고객이거나 잠재 고객이 될 수 있다"며 "단순히 넓고 깨끗한 새 사옥으로 옮기는 게 아니라 네트워크의 저변 확대와 신사업 추진의 의미를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새 사옥은 연건평이 3000여㎥에 이른다. 그는 "판교시대를 맞아 기존 바이오인프라 역량과 신성장 · 신사업 추진의 양대 축을 기반으로 도약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설명했다. 그가 판교시대를 맞아 바이오 인프라와 신사업 분야에서 웃음꽃을 활짝 피울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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